소북돈이효석
작품 소개
돈은 돼지를 둘러싼 농촌의 욕망과 좌절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효석은 인물의 선택과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작품이 품은 정서와 시대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원문의 흐름을 바탕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다듬은 한국어 본문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 전체 읽기
- 약 11분
- 하루 10분
- 1회
- 구성
- 1장
첫 문장 미리보기
돼지(豚) 옛성 모퉁이 버드나무 까치 둥우리 위에 푸르둥한 하늘이 얕게 드리웠다. 토끼우리에서 하이얀 양토끼가 고슴도치 모양으로 까칠하게 웅크리고 있다. 능금나무 가지를 간들간들 흔들면서 벌판을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채 녹지 않은 눈 속에 덮인 종묘장(種苗場) 보리밭에 휩쓸려 돼지우리에 모질게 부딪친다. 우리 밖 네 귀의 말뚝 안에 얽어매인 암퇘지는 바람을 맞으면서 유난히 소리를 친다. 말뚝을 싸고도는 종묘장(種苗場) 씨돝은 시뻘건 입에 거품을 뿜으면서 말뚝의 뒤를 돌아 그 위에 덥석 앞다리를 걸었다. 시꺼먼 바위 밑에 눌린 자라 모양인 암퇘지는 날카로운 비명을 울리며 전신을 요동한다. 미끄러진 씨돝은 게걸덕거리며 다시 말뚝을 싸고 돈다. 앞뒤 우리에서 응하는 돼지들의 고함에 오후의 종묘장 안은 떠들썩했다. 반 시간이 넘어도 여의치 않았다. 둘러싸고 보던 사람들도 흥이 식어서 주춤주춤 움직인다. 여러 번째 말뚝 위에 덮쳤을 때에 육중한 힘에 말뚝이 와싹 무지러지면서 그 바람에 밑에 깔렸던 돼지는 말뚝의 테두리로 벗어져서 뛰어났다. "어려서 안되겠군." 종묘장 기수가 껄껄 웃는다. "―― 황소 앞에 암달 같으니 쟁그러워서 볼 수 있나." "겁을 먹고 달아나는데." 농부는 날쌔게 우리 옆을 돌아 뛰어가는 돼지의 앞을 막았다. "달포 전에 한 번 왔다 갔으나 씨가 붙지 않아서 또 끌고 왔는데요." 식이는 겸연쩍어서 얼굴을 붉혔다.이 작품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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