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북박돌의 죽음최서해

박돌의 죽음

최서해 · 박돌의 죽음

가난과 억압 속 한 노동자의 죽음을 그린 현실주의 단편

첫 10분 읽기

작품 소개

박돌의 죽음은 가난과 억압 속 한 노동자의 죽음을 그린 현실주의 단편을 그린 작품입니다. 최서해는 인물의 선택과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작품이 품은 정서와 시대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원문의 흐름을 바탕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다듬은 한국어 본문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체 읽기
약 25분
하루 10분
3회
구성
1장

첫 문장 미리보기

1 밤은 자정이 훨씬 넘었다. 이웃의 닭 소리는 검푸른 새벽빛 속에 맑게 흐른다. 높고 푸른 하늘에 야광주를 뿌려 놓은 듯이 반짝이는 별들은 고요한 대지를 향하여 무슨 묵시를 주고 있다. 나뭇 잎에서는 이슬 듣는 소리가 고요하다. 여름밤이건만 새벽녘이 되니 부드럽고도 쌀쌀한 기운이 추근하게 만상(萬象)을 소리 없이 싸고 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둠 속에 잘 분간할 수 없는 히슥한 그림자가 동계사무소 (洞契事務所) 앞 좁은 골목으로 허둥허둥 뛰어나온다. 고요한 새벽 이슬에 추근한 땅을 울리면서 나오는 발자취는 퍽 산란하다. 쿵쿵 하는 음향(音響)은 여러 집 울타리를 넘고 지붕을 건너서 어둠 속으로 규칙 없이 퍼져 나갔다. 어느 집 개가 몹시 짖는다. 또 다른 집 개도 컹컹 짖는다. 캥캥한 발바리 소리도 난다. 뛰어나오는 그림자는 정직상점(正直商店) 뒷골목으로 휙 돌아서 내려간다. 쿵쿵쿵……. 서너 집 내려와서 어둠 속에 잿빛같이 보이는 커단 대문 앞에 딱 섰다. 헐떡이는 숨소리는 고요한 공기를 미미히 울린다. 그 그림자는 대문에 탁 실린다. 빗장 과 대문이 맞찍혀서 삐걱 하고는 열리지 않았다. “문으 좀 벗겨 주오!” 무엇에 쫓긴 듯이 황겁한 소리는 대문 안 마당의 어둠을 뚫고 저편 푸른 하늘아래 용마루선(線)이 죽 그인 기와집에 부딪혔다. “문으 좀 열어 주오!” 이번에는 대문을 두드리고 밀면서 고함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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