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북그믐밤최서해
작품 소개
그믐밤은 그믐밤의 어둠 속에서 깊어지는 가난과 절망을 그린 작품입니다. 최서해는 인물의 선택과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작품이 품은 정서와 시대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원문의 흐름을 바탕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다듬은 한국어 본문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 전체 읽기
- 약 61분
- 하루 10분
- 6회
- 구성
- 2장
첫 문장 미리보기
삼돌의 정신은 점점 현실과 멀어졌다. 흐릿한 기분에 싸여서 한 걸음 한 걸음 으슥하기도 하고 그저 훤한 것 같기도 한 데로 끌려 갔다. 수수깡 울타리가 그의 눈앞을 지나고 꺼뭇한 살창이 꿈속같이 뵈는 것은 자기집 같기도 하나, 커단 나무가 군데군데 어른거리고 퍼런 보리밭이 뵈는 것은 이웃 최돌네 집 사랑뜰 같기도 하고, 전번에 갔던 뫼 같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어딘 것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그때문에 기분이 불쾌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기가 앉았는지 섰는지도 의식치 못 하였으며 밤 인지 낮인지도 몰랐다. 그의 눈은 그저 김 오른 거울같이 모든 것을 멀겋게 비칠 뿐이었다. 이때 그의 정신을 흔드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조금 전부터 저편에서 슬금슬금 기어 오는 커단 머리[頭]였다. 첨에는 저편에 수수깡 울타리 같기도 하고 짚더미 같기도 한 어둑한 구석에서 뭉긋이 내밀더니 점점 가까와질수 록 흰 바탕 누런 점이 어른거리는 목 배떼기며 검푸른 비늘이 번쩍거리는 머리며, 똑 빼진 동그란 눈이며, 끝이 두 가닥 된 바늘 같은 혀를 훌쩍훌쩍 하는 것이 그리 빠르지도 않게 슬금슬금 배밀이해 오는 꼴은 차마 볼 수 없었다. 그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등에는 그도 모르게 찬 땀이 흘렀다. 그는 뛰려고 하였다. 다리는 누가 꽉 잡는 듯이 펼 수 없고 팔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무서운 기다란 짐승은 조금도 거리낌없이 슬금슬금 기어 왔다.이 작품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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