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북야앵김유정

야앵

김유정 · 야앵

벚꽃 피는 도시의 밤에 드러나는 유혹과 쓸쓸함

첫 10분 읽기

작품 소개

야앵은 벚꽃 피는 도시의 밤에 드러나는 유혹과 쓸쓸함을 그린 작품입니다. 김유정은 인물의 선택과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작품이 품은 정서와 시대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원문의 흐름을 바탕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다듬은 한국어 본문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체 읽기
약 27분
하루 10분
3회
구성
1장

첫 문장 미리보기

향기를 품은 보드라운 바람이 이따금씩 볼을 스쳐간다. 그럴 적마다 꽃잎새는 하나, 둘, 팔라당팔라당 공중을 날며 혹은 머리 위로 혹은 옷고름 고에 사뿐 얹히기도 한다. 가지가지 나무들 새에 킨 전등도 밝거니와 그 광선에 아련히 비쳐 연분홍 막이나 벌여 놓은 듯, 활짝 피어 벌어진 꽃들도 곱기도 하다. ‘아이구! 꽃두 너무 피니까 어지럽군!’ 경자는 여러 사람 틈에 끼어 사쿠라나무 밑을 거닐다가 우연히도 콧등에 스치려는 꽃 한 송이를 똑 따 들고 한 번 느긋하도록 맡아본다. 맡으면 맡을 수록 가슴속은 후련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취하는 듯싶다. 두서너 번 더 코에 들이대다가 이번에는 “얘! 이 꽃 좀 맡아봐.” 하고 옆에 따르는 영애의 코밑에다 들이대고 “어지럽지?” “어지럽긴 메가 어지러워, 이까짓 꽃 냄새 좀 맡고! ⎯” “그럴 테지!” 경자는 호박같이 뚱뚱한 영애의 몸집을 한 번 훔쳐보고 속으로 저렇게 뒤룩뒤룩하니까 코청도 아마, 하고는 “너는 꽃두 볼 줄 모르는구나!” 혼잣말로 이렇게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내가 꽃 볼 줄 몰라, 얘두 그럼 왜 이렇게 창경원엘 찾아왔더람?” 하고 눈을 똑바로 뜨니까 “얘! 눈 무섭다 저리 치어라.” 하고 경자는 고개를 저리 돌려 웃음을 날려놓고 “눈만 있으면 꽃 보는 거냐, 코루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지.” “보자는 꽃이지 그럼, 누가 애들같이 꺾어 들고 그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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