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북지새는 안개현진건

지새는 안개

현진건 · 지새는 안개

새벽안개처럼 흐릿하게 흔들리는 사랑과 불안

첫 10분 읽기

작품 소개

지새는 안개는 새벽안개처럼 흐릿하게 흔들리는 사랑과 불안을 그린 작품입니다. 현진건은 인물의 선택과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작품이 품은 정서와 시대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원문의 흐름을 바탕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다듬은 한국어 본문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체 읽기
약 194분
하루 10분
19회
구성
4장

첫 문장 미리보기

제 1 장 1 정애는 『신여자』란 잡지를 보다가 또다시 미닫이를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시름없이 오는 비는 오히려 아니 그치었다. 하늘을 회칠한 듯하던 구름이 히실히실 헤어져서 저리로 저리로 달아나건마는 그래도 푸른 얼굴은 보이지 아니하고 머리올 같은 가랑비가 연기나 안개 모양으로 공중에 가물거리고 있었다. 오늘이 공일이라, 모처럼 동물원 구경을 가자고 동무들과 튼튼히 맞추어 둔 것이 원수의 비로 말미암아 하릴없이 수포에 돌아가고 말았다. 비가 오거든 펑펑 쏟아지기나 하였으면 단념이나 하련마는 시들하지 않은 가는 빗발이 부슬부슬 뿌리기만 하기 때문에, 그는 조금만 있으면 개이려니 얼마 안 되어 그치려니, 하는 일루의 희망을 품고 미닫이가 닳도록 열어 보고 또 열어 보았음이었다. 정애의 얼굴에는 그늘이 지며 혼잣말로 울 듯이, "그저 비가 오네! 참 속상해 죽겠구먼!" 하고 미닫이를 핵 닫고는 다시금 아까 보던 잡지를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무엇을 볼꼬? 이것을 볼까? 그런데 이것이 몇 페이지나 되노?"하고 손으로 책장을 날리며, "한 장 두 장 석 장…… 모두 석 장이구먼. 이것만 다 보고 나면 혈마 비가 그치겠지." 하며 무릎 밑에 깔린 치맛자락을 빼어내기도 하고, 눈을 가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리기도 하며, 턱 고인 한 팔을 무릎 위에 얹고는 맥맥히 보기 시작하였다. "벌써 끝일세. 인제는 비가 아니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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