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북동정현진건

동정

현진건 · 동정

가난한 이에게 건넨 동정이 드러내는 선의와 거리

첫 10분 읽기

작품 소개

동정은 가난한 이에게 건넨 동정이 드러내는 선의와 거리를 그린 작품입니다. 현진건은 인물의 선택과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작품이 품은 정서와 시대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원문의 흐름을 바탕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다듬은 한국어 본문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체 읽기
약 5분
하루 10분
1회
구성
1장

첫 문장 미리보기

함박눈이 쏟아진 데다가 비가 나리고, 비가 나린 뒤에 일기가 추워서 얼어붙은 길바닥이 미끄럽기 짝이 없는, 음력 섣달 어느 날이다. 그 날 학교 방문을 나선 나는 광화문 앞에서 전차를 나려, 사비(社費)바람에 팔자에 없는 인력거를 잡숫기로 하였다. 다닐 길은 육상궁(毓祥宮)까지 치받쳐서 제2고등보통학교를 방문하고 나오다가 진명, 배화 두 여학교에 들를 작정이었다. 그리고, 차부에 대하여는 제2고등보통학교를 왕복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80전만 주십시오.” 막걸리 몇 잔을 먹었던지, 익혀 놓은 게딱지 모양으로 새빨간 얼골과, 우치(愚蚩)하고 유순한 빛이 도는 동그란 소의 그것 같은 눈을 가진 차부가 이렇게 청구하였다. 내 깜냥보다는 매우 헐하기 때문에 선뜻 올라타며, “오는 길에 한두어 군데 들러올 데가 있네. 달라는 대로 줄 테니…….” “그저 처분해 줍시오.” 하고, 차부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서십자각(西十字角)으로 꺾어들어 평탄한 길을 풍우같이 몰아갔다. 제2고보와 진명여학교를 거쳐서 필운대(弼雲臺) 꼭대기를 배화학교를 찾아 올라갈 적이었다. 길이 좁으며, 호방도 많고, 돌멩이도 많은데, 게다가 빙판(氷板)이라, 차체가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흔들리는 건 물론이려니와, 차부의 발이 질척질척 미끄러질 때가 많았다. 날은 차건만, 끄는 이의 목덜미에는 땀이 구슬같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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